교육예술 시리즈 - 형태그리기

by 씨앗지킴이 posted Sep 11, 2016 Views 330 Replies 0
형태그리기

2014년 청계자유발도르프학교 상급진로센터 캠프에서 학생 작품 


※ <함께 가는 이야기 13호>에 실린 「교육예술시리즈-형태그리기」에서 발췌하였습니다.



오이리트미가 공간 속에서 손과 발의 동작으로 움직임을 표현하는 것이라면, 형태그리기는 종이 위에 선으로 움직임을 표현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두 과목은 루돌프 슈타이너가 발도르프학교를 만들며 새로 제안한 영역입니다. 


움직임의 표현, ‘형태’ 란 무엇일까요? 1학년부터 5학년까지 매학기 중요하게 가르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입학식 날부터 시작하는 첫 수업, 형태그리기를 만나봅니다. 


아이들이 학교에 입학하기도 전에 엄마, 아빠들이 모여서 하루 종일 공책을 만든다. ‘공책 만드는 날’ 처음 보는 크기의 큼지막한 공책을 한 권씩 완성하면 드디어 우리 아이가 입학하는 구나를 실감하던 시간이다. 이렇게 정성들인 공책을 맨 처음 펼쳐 시작하는 두근 거리는 첫 시간은. 바로 형태그리기, 직선과 곡선이다.



“형태그리기에서 직선 그리기는 사고의 발달과 더 많이 연결되어 있고, 곡선 그리기는 의지의 발달과 더 깊이 연결되어있다. 인간에게 양극성이 직선과 곡선이라는 두 종류의 선 속에 담겨 있다. 1학년을 시작하는 첫 수업에서 이 두 개의 흐름을 직선과 곡선으로 분리해서 가르친다”                            

- <형태그리기 1~4학년> 6쪽에서



형태그리기는 유기적이고 예술적인 힘들이 결합되어 내면 가득한 살아있는 힘으로 그려낸다.  

인간의 공감과 반감 사이의 양극성을 넘어서 사고의 유연성을 키우는 12년 교육과정이 집약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의 성장에 대한 이해와 발달에 맞추어 진행되는 발도르프 교육은 1~4학년까지 형태그리기의 수업을 따라가다보면 좀 더 선명히 다가온다.




형태그리기



1학년 수업시간에는 형태그리기를 하기 전 이야기와 몸짓으로 내면에서 충분히 움직임을 그려본다.


“숲 속에 놀다가 구슬을 숨겨두기로 했어. 그런데 누가 구슬을 훔쳐갈까봐 걱정이 되는거야. 그래서 요술봉이 있는 난쟁이에게 부탁을 하기로 했어. 난쟁아 내 보물을 지켜줘. 난쟁이는 요술봉을 들고 흙으로 쏘옥 쏘옥 보물을 덮어주었지.” 


선생님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난 아이들은 마음 속에 들어온 이야기를 상상하며 몸으로 형태를 표현해본다. 

허공에 손가락으로 그려보고, 발가락으로도 그려보고, 코끝으로도 그려본다. 그리고 공책을 펼쳐 종이에 손가락으로 그려본다. 준비가 다 되면 옅은 색의 크레용으로 연습해보고, 진한 색으로 형태를 완성한다. 

공책에 형태를 그리는 순간, 아이들은 정성을 다하여 집중해서 그린다. 

형태그리기



2학년부터는 성인이야기와 우화를 들으며 높은 자아 상(象)과 낮은 자아 상을 경험한다. 이때 형태그리기는 수직(거울나라)과 수평(호수나라)의 대칭 형태그리기에 들어간다. 선생님이 들려준 이야기와 칠판에 그려진 반쪽 그림을 먼저 그린다. 그런 다음, 나머지 반쪽을 채워 형태을 완전하게 한다. 완성시킨 대칭 그림을 보면 아이 마다 조금씩 다름을 볼 수 있다. 아이에게서 도움이 필요한 지점(예를 들어 하위감각-생명, 촉각, 운동, 균형)이 무엇인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3학년에서는 농사와 집짓기를 시작한다. 아이들을 교실 안에서 앉혀놓고 지식으로 전달하지 않고, 텃밭을 직접 가꾸고, 수확한 음식으로 친구들과 비빔밥도 해먹고, 몸을 이용하여 측량도 하고, 집짓기도 한다. 지성적이지 않는 방법으로 사고의 힘을 키워나가는 것이다. 이때 대칭 구조를 뛰어넘어 바깥 형태와 내부 형태가 잘 어울리는, 안과 밖이 조화로운 역동적인 형태그리기를 한다. 


형태그리기



4학년에서는 북유럽 신화를 주요 수업에서 만난다. 1학기 학예발표회 때 무대를 쾅쾅거리며 신나게 고함을 지르는 북유럽 신화 연극이 기억날 것이다. 북유럽 신들의 고난과 싸움을 통해서 아이들은 아스트랄을 다스리는 내면의 힘을 의식적으로 깨우게 된다. 이때 형태그리기는 삼차원의 꼬임이 있는 형태그리기를 통해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바뀌는 꼬임과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움직임의 형태를 만난다. 


형태그리기에서 그동안 작업해온 수평, 수직, 원과 같은 형태는 모두 기하학의 기본 형태들이다. 
오이리트미, 수공예, 수학, 식물학, 동물학 같은 다른 과목들 역시 형태그리기를 통해 얻은 능력이 바탕이 된다. 이렇게 형태그리기의 수업은 다른 수업들과 긴밀하게 연결된다. 글자를 쓰기 전에 소근육 발달의 목적 뿐 아니라, 집중력을 키우고, 선의 굴곡에서 의지의 힘이 자라고, 선과 공간의 조화로운 배치를 섬세하게 느낀다. 아름다운 형태 예술을 통해 12학년까지 사고, 감성, 의지의 힘이 자신도 모르게 깊숙히 자라게 된다.   


?

  1. 엄마를 위로한 형태그리기
    2014년 12학년 프로젝트 작품 <만다라 그리기 활동> 토요일 야심한 밤, 2학년 엄마들이 청계행복도서관에 모였다. 모임의 주제는 형태그리기. 서너명이 빠지고 엄마들이 거의 함께 했다. 두번에 걸친 형태그리기 모임은 처음에는 강연을 듣고 다같이 연습 해보고, 각자가 한 달 동안 형태그리기를 연습한 다음에 모임을 갖는 것으로 진행되었다. 하루에 짧게라도, 매일 못한다면 일주일에 몇 번이라도 규칙적으로 형태그리기를 해보라는 강연자 하주현 선생님의 권유에 따라 엄마들은 실제 연습을 해보았다. 각자 원하는 책을 선택하여 형...
    Date2016.09.11
    Read More
  2. 교육예술 시리즈 - 형태그리기
    2014년 청계자유발도르프학교 상급진로센터 캠프에서 학생 작품 ※ <함께 가는 이야기 13호>에 실린 「교육예술시리즈-형태그리기」에서 발췌하였습니다. 오이리트미가 공간 속에서 손과 발의 동작으로 움직임을 표현하는 것이라면, 형태그리기는 종이 위에 선으로 움직임을 표현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두 과목은 루돌프 슈타이너가 발도르프학교를 만들며 새로 제안한 영역입니다. 움직임의 표현, ‘형태’ 란 무엇일까요? 1학년부터 5학년까지 매학기 중요하게 가르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입학식 날부터 시작하는 첫 수업, 형태그리...
    Date2016.09.11
    Read More
  3. 함께읽어요- 정통 동종요법, TV문제로 아이와 싸우지 않는 훈육법
    귀하고 반가운 새 책이 있어 추천합니다.  한 권은, 독일에서 슈타이너 저서를 꾸준히 번역하고 계신 최혜경 선생님께서  경험과 연구로 직접 쓰신 동종요법 입문서 <유럽의 대체의학 정통 동종요법> 또 한 권은, 푸른씨앗 번역팀장님이신 하주현님의 역서 중 <TV의 무서운 진실>이라는 책이 품절되었다가 다시 <TV문제로 아이와 싸우지 않는 훈육법>이라는 제목의 개정판으로 나왔습니다.    유럽의 대체의학 정통 동종요법 최혜경 지음 내 몸에 맞는 약재는 따로 있다.  개인별 맞춤 약품으로 부작용 없이 순하게 질병을 치료하는 동종요...
    Date2016.09.01
    Read More
  4. 길고 지루한 시간을 이야기와 함께-김훈태
    <마음에 힘을 주는 치유동화> 를 준비하던 작년 뜨거운 여름날  바쁜 일정에도 마다하지 않고 교정을 봐주신 고마운 김훈태 선생님(전, 청계자유발도르프학교 담임교사) 선생님께서 우리말의 재미를 살려 만들어준 시 두 편을 소개합니다.  아이들이 신나게 따라할 시, 같이 읽어보세요.   길고 지루한 시간을 이야기와 함께 (43쪽~ 46쪽까지)  "강물은 꽝물 뒤죽박죽 엉뚱물 뒤죽박죽 엉뚱물 그게 바로 강물! 철수는 꽝수 뒤죽박죽 엉뚱수 뒤죽박죽 엉뚱수 그게 바로 철수! 영희는 꽝희 뒤죽박죽 엉뚱희 뒤죽박죽 엉뚱희 그게 바로 영희!"...
    Date2016.05.10
    Read More
  5. 마음에 힘을 주는 치유동화 펴낸 날
    출판사와 청계자유발도르프학교는 오솔길로 달리면 3분만에 도착하는 거리.  길에서 노는 아이, 노는 아이 기다리는 엄마들, 학생들과 오가는 선생님들.  출판사에서 책 나온 소식은 그래서, 인터넷보다 길거리에서 더 빨리 퍼져 나갑니다.   이 날엔 사랑이 넘치는 힘꾼들과 엄마들이 와글거려서 더 신나는 '새 책 나온 날'이었습니다.   이젠 출판사 책들이 차곡 차곡 늘어 회의실 창문 한쪽도 책꽂이로 가렸네요.  회의할 때마다 한 상자씩 비어가는 모습 보며 즐겁게 회의할 수 있기를 고대합니다.    <마음에 힘을 주는 치유동화> 첫...
    Date2016.05.09
    Read More
  6. 생명역동농법 실천연구회 증폭제 나눔 행사에 다녀왔습니다
    생명역동농법 실천연구회 증폭제 나눔 행사에 다녀왔습니다.  생명역동농법 실천연구회는 봄, 가을 한차례씩 만나서  농법 실천을 위해 중요한 작업인 증폭제preparation 만들기와 캐내고 나누는 작업을 함께 합니다. 위 사진 속에 흙더미가 퇴비인데요. 갖은 노력끝에 농장에서 증폭제를 만들어오고 계신 김준권 선생님이 한해의 농사를 위해 사용할 퇴비 더미입니다. 이 퇴비 더미 속에 가을에 묻어둔 증폭제를 넣어 활성화시키게 됩니다. 퇴비 속에 넣는 증폭제 외에도 작물에 직접 살포하는 증폭제도 있습니다. 제일 유명한 소뿔에 넣...
    Date2016.04.27
    Read More
  7. 치유동화 추천글 3- 민시현(서울 이수 중학교 영어교사)
    치유동화라니? 귀가 번쩍 뜨이는 말이었다. 이야기 듣는 것을 싫어하는 아이가 어디 있단 말인가? 게다가 이야기를 들으면서 골치 아픈 문제행동도 고칠 수 있다니! 당시 4살짜리 둘째가 어린이집에서 화가 나면 친구들을 꼬집어서 원성을 사고 있었다. 타이르고 야단도 쳤지만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 난 내게 치유동화번역모임에 대해 말해준 친구를 따라 번역모임을 찾아가서 함께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조심스런 나의 요청과 달리 모임은 나를 엄청나게 환대(?)해 주었다. 이후 길고 긴 번역고난이 시작되었다. 일주일마다 모임 ...
    Date2016.04.12
    Read More
  8. 치유동화 추천글 2- 전현선(동림자유학교 담임교사)
    루돌프 슈타이너 박사는 교사가 아이들의 잘못된 행위를 바꾸고자 한다면, 그에 대한 아이들의 의식을 깨우고자 한다면, 체벌보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라고 합니다. 이야기는 아이들의 느낌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자 배움의 통로로 ‘체벌을 하면 개선하려는 느낌이 일어나지 않지만... 느낌에 호소할 때... 학생 스스로 교정하려는 마음’, 의지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세 살에서 여덟 살까지의 아이에게는 상상의 세계와 일상적 세계가 구분되지 않기 때문에 어린아이들에게 이야기는 더욱 생...
    Date2016.04.12
    Read More
  9. 치유동화 출간을 앞두고, 추천 글 1- 리타테일러
    치유동화 출간을 앞두고 보내주신 추천 글들을 올립니다. 유치원과 학교에서 치유동화 책이 나오기를 손꼽아 기다리시며 언제쯤 이 책이 나오냐고 문의해주신 고마운 분들. 그 분들이 기다림과 기대를 가득 싣어 보내주신 글들이 있습니다. 지면상 전문을 싣지 못했지만, 한편 한편 나누고 싶은 소중한 글들을 하나씩 올립니다. 첫번째 글은 리타테일러 선생님입니다. 이 글은 리타테일러 선생님이 세상으로 보낸 마지막 글이기도 합니다. 리타테일러 선생님은 이 책을 우리에게 소개하신 분이며, 출간 소식에 누구보다 기뻐하시며 맨 처...
    Date2016.04.12
    Read More
  10. 발도르프 교과과정 시리즈 5번째 책이 곧 나옵니다
    「발도르프 교과과정 시리즈」 다섯 번째 책, <발도르프학교의 수학- 수학을 배우는 진정한 이유> 가 나옵니다. 1월 15일 5번째 책이 나오기 전, 「발도르프 교과과정 시리즈」에 대해 소개합니다. 발도르프 교육은 1919년 독일의 철학자 루돌프 슈타이너에 의해 세워져, 1994년 유네스코 제44차 세계교육장관회의에서 ‘21세기 개혁교육의 모델’로 선정되었다. 국내에는 2002년부터 청계자유발도르프학교를 비롯하여 12개의 발도르프 학교가 운영되고 있으며, 지역별로 발도르프 교육을 배우는 교사모임이 늘어나고, 혁신학교에서도 발도...
    Date2016.01.12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Next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