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예술 시리즈 - 형태그리기

by 씨앗지킴이 posted Sep 11, 2016 Views 394 Replies 0
형태그리기

2014년 청계자유발도르프학교 상급진로센터 캠프에서 학생 작품 


※ <함께 가는 이야기 13호>에 실린 「교육예술시리즈-형태그리기」에서 발췌하였습니다.



오이리트미가 공간 속에서 손과 발의 동작으로 움직임을 표현하는 것이라면, 형태그리기는 종이 위에 선으로 움직임을 표현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두 과목은 루돌프 슈타이너가 발도르프학교를 만들며 새로 제안한 영역입니다. 


움직임의 표현, ‘형태’ 란 무엇일까요? 1학년부터 5학년까지 매학기 중요하게 가르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입학식 날부터 시작하는 첫 수업, 형태그리기를 만나봅니다. 


아이들이 학교에 입학하기도 전에 엄마, 아빠들이 모여서 하루 종일 공책을 만든다. ‘공책 만드는 날’ 처음 보는 크기의 큼지막한 공책을 한 권씩 완성하면 드디어 우리 아이가 입학하는 구나를 실감하던 시간이다. 이렇게 정성들인 공책을 맨 처음 펼쳐 시작하는 두근 거리는 첫 시간은. 바로 형태그리기, 직선과 곡선이다.



“형태그리기에서 직선 그리기는 사고의 발달과 더 많이 연결되어 있고, 곡선 그리기는 의지의 발달과 더 깊이 연결되어있다. 인간에게 양극성이 직선과 곡선이라는 두 종류의 선 속에 담겨 있다. 1학년을 시작하는 첫 수업에서 이 두 개의 흐름을 직선과 곡선으로 분리해서 가르친다”                            

- <형태그리기 1~4학년> 6쪽에서



형태그리기는 유기적이고 예술적인 힘들이 결합되어 내면 가득한 살아있는 힘으로 그려낸다.  

인간의 공감과 반감 사이의 양극성을 넘어서 사고의 유연성을 키우는 12년 교육과정이 집약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의 성장에 대한 이해와 발달에 맞추어 진행되는 발도르프 교육은 1~4학년까지 형태그리기의 수업을 따라가다보면 좀 더 선명히 다가온다.




형태그리기



1학년 수업시간에는 형태그리기를 하기 전 이야기와 몸짓으로 내면에서 충분히 움직임을 그려본다.


“숲 속에 놀다가 구슬을 숨겨두기로 했어. 그런데 누가 구슬을 훔쳐갈까봐 걱정이 되는거야. 그래서 요술봉이 있는 난쟁이에게 부탁을 하기로 했어. 난쟁아 내 보물을 지켜줘. 난쟁이는 요술봉을 들고 흙으로 쏘옥 쏘옥 보물을 덮어주었지.” 


선생님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난 아이들은 마음 속에 들어온 이야기를 상상하며 몸으로 형태를 표현해본다. 

허공에 손가락으로 그려보고, 발가락으로도 그려보고, 코끝으로도 그려본다. 그리고 공책을 펼쳐 종이에 손가락으로 그려본다. 준비가 다 되면 옅은 색의 크레용으로 연습해보고, 진한 색으로 형태를 완성한다. 

공책에 형태를 그리는 순간, 아이들은 정성을 다하여 집중해서 그린다. 

형태그리기



2학년부터는 성인이야기와 우화를 들으며 높은 자아 상(象)과 낮은 자아 상을 경험한다. 이때 형태그리기는 수직(거울나라)과 수평(호수나라)의 대칭 형태그리기에 들어간다. 선생님이 들려준 이야기와 칠판에 그려진 반쪽 그림을 먼저 그린다. 그런 다음, 나머지 반쪽을 채워 형태을 완전하게 한다. 완성시킨 대칭 그림을 보면 아이 마다 조금씩 다름을 볼 수 있다. 아이에게서 도움이 필요한 지점(예를 들어 하위감각-생명, 촉각, 운동, 균형)이 무엇인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3학년에서는 농사와 집짓기를 시작한다. 아이들을 교실 안에서 앉혀놓고 지식으로 전달하지 않고, 텃밭을 직접 가꾸고, 수확한 음식으로 친구들과 비빔밥도 해먹고, 몸을 이용하여 측량도 하고, 집짓기도 한다. 지성적이지 않는 방법으로 사고의 힘을 키워나가는 것이다. 이때 대칭 구조를 뛰어넘어 바깥 형태와 내부 형태가 잘 어울리는, 안과 밖이 조화로운 역동적인 형태그리기를 한다. 


형태그리기



4학년에서는 북유럽 신화를 주요 수업에서 만난다. 1학기 학예발표회 때 무대를 쾅쾅거리며 신나게 고함을 지르는 북유럽 신화 연극이 기억날 것이다. 북유럽 신들의 고난과 싸움을 통해서 아이들은 아스트랄을 다스리는 내면의 힘을 의식적으로 깨우게 된다. 이때 형태그리기는 삼차원의 꼬임이 있는 형태그리기를 통해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바뀌는 꼬임과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움직임의 형태를 만난다. 


형태그리기에서 그동안 작업해온 수평, 수직, 원과 같은 형태는 모두 기하학의 기본 형태들이다. 
오이리트미, 수공예, 수학, 식물학, 동물학 같은 다른 과목들 역시 형태그리기를 통해 얻은 능력이 바탕이 된다. 이렇게 형태그리기의 수업은 다른 수업들과 긴밀하게 연결된다. 글자를 쓰기 전에 소근육 발달의 목적 뿐 아니라, 집중력을 키우고, 선의 굴곡에서 의지의 힘이 자라고, 선과 공간의 조화로운 배치를 섬세하게 느낀다. 아름다운 형태 예술을 통해 12학년까지 사고, 감성, 의지의 힘이 자신도 모르게 깊숙히 자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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